안젤름 키퍼는 1945년에 독일 도나우슁엔에서 태어났다. 그는 프라이부르크와 칼스루에, 뒤셀도르프 등의 미술대학에서 공부했으며, 1970년대에는 요셉 보이스를 만나 많은 영향을 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에 태어난 키퍼는 독일의 역사와 전통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그의 초기 작품들은 나치 정권 등 금기시되는 주제들을 직접적으로 다루어 수많은 논쟁과 찬사를 불러일으켰다. 그는 1980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독일 대표로 참가한 후에 세계적인 작가로 부상하였으며, 그 이후로 작품의 주제를 점차 확대시켜 예술과 문화, 삶과 죽음, 인간과 우주의 관계 등 보다 근원적인 문제를 다루어 왔다. 키퍼는 중세 연금술과 고대 유대교의 교리, 연금술, 식물학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 그의작품은 이러한 모티프들을 다루면서, 납, 꽃, 재, 셸락, 흙, 지푸라기 등의 매체를 사용하여 회화와 조각, 설치의 영역을 넘나든다. 그의 작품에 나타나는 상징주의적 이미지들은 다양한 재료의 물성과 결합되어 상징적이면서도 표현력이 강한 독자적인 스타일을 완성한다. 키퍼의 작품은 자연의 숭고함을 다룸에 있어 독일 낭만주의의 정신을 계승한다. 또한 추상표현주의의 압도적 스케일과 표현주의적 표면을 수용하면서, 동시에 구체적 이미지와 상징적 도상들을 부활시켜 매우 독특한 강렬하고 작품세계를 이룬다. 현대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하나로 꼽히는 키퍼는 뉴욕 모마(1987)를 비롯하여 베를린 국립미술관(1991),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1998), 영국의 왕립아카데미(2001),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2006),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2007)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어왔다. 이번 전시는 국제갤러리가 1995년과 2001년의 전시 이후에 세 번째로 여는 키퍼의 개인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