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물을 소재로, 그리고 작품 재료로 사용하면서 리차드 롱의 작가적 신념은 언제나 자연 풍경과 하나의 방향, 역동적, 물리적 연관성을 가진다. 자연을 작품의 주제 및 재료로서 사용하는 것은 그의 작업이 언제나 자연과 직접적이고 동적이며 실재적인 연관성을 가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의 작업 방식은 크게 몇 가지 형태로 구현되는데, 걷기, 설치하기, 텍스트 제작, 사진 찍기, 드로잉하기 등이다. 이번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리차드 롱의 전시에서는 이러한 요소들을 보여주는 작품을 제시한다. 특히 한국에서 찾아낸 자연석을 재료로 하여 전시장에 나열함으로써 그의 또 다른 문화 경험에 대한 흔적을 남기게 된다.
리차드 롱은 걷기, 즉 도보를 하나의 조각 작업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는 기존 미술에 대한 뿌리 깊은 개념에 대한 반박이었고, 뒤샹의 레디 메이드 오브제 개념과는 상반된 의미의 변혁이었다. 이는 뒤생이 오브제의 개념을 다시 세우면서 굳어진 모더니즘 개념과는 달리 조각을 비물질적인 영역으로 포함시키는 사건으로 기록된다. 또한 아이디어의 물질적 구현으로 대변되는 개념미술 류의 아방가르드 예술운동과는 구별되는, 물질적 구현 자체를 부차적으로 고려하게 된 전혀 다른 혁신의 미술개념이다. 즉, 걷기가 발생하지 않으면 작품도 존재하지 않으나 걷기 자체는 물리적인 영속성을 추구하지 않는 것이다.
평소에 레이크 디스트릭트(영국 북서부의 아름다운 호수와 산악으로 이루어진 국립공원)를 산책하는 등 리차드 롱은 주로 시골의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대지를 예술로 변형시키는데 있어서 자신의 주된 방법이자 고도로 경제적인 "도보"라는 수단을 발견해냈다. 도보를 통해 이동하면서, 땅 위에 지표를 세우고, 꽃을 따고, 돌맹이나 나무조각 등을 재배열하는 등의 행위는 시간과 운동, 장소에 관한 개념을 표현하기 위한 퍼포먼스가 된다. 도보는 가장 기본적이고, 일반적인 활동이며 인류가 지금까지 성장해 올 수 있었던 운동 양식이다. 나아가 리차드에게 도보는 문화적인 다양성의 표현이자, 다른 문화들끼리의 연결성을 가지도록 만드는 행위인 것이다. 이는 자신이 존재하는 세계에 대한 보다 깊은 차원의 이해이며 자신의 고유 위치에 대한 보다 나은 이해를 만들어 낸다.